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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요리와 친해지기

[와인과 친해지기] 와인 라벨 이야기, 프랑스 부르고뉴 편

by 미스터 반 2016. 12. 27.


지난 호에서는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라벨에 대해서 알아보았고, 이번에는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의 라벨에 대해서 알아보려 한다. 와인 라벨 중에서도 아마 가장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부르고뉴 와인일 것이다. 왜냐하면, 부르고뉴는 지역명도 복잡하고 지층이 다양한 토양 때문에 같은 포도밭이라도 위치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는 독특한 특징이 있어서 생산자의 실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지역 명칭과 생산자의 이름이 라벨에 명시되는데 이것을 외우기 쉽지 않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와인 라벨을 알아보기 전에, 보르도 와인과 어떻게 다른지 간단하게 표로 비교해보면 아래와 같다.


부르고뉴는 화이트와인(샤블리, 뫼르소, 몽라쉐)도 너무 유명한데, 이번 호에서는 레드와인만 설명하도록 하겠다. 사실 부르고뉴 와인은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그저 선망의 대상일 뿐이다. 왜냐하면 ‘좀 괜찮은 와인이다’ 싶을 때면 가격이 한 달 용돈을 훌쩍 넘기기 일쑤이고, 좋은 와인은 월급과 맞먹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부르고뉴에서도 보르도와 마찬가지로 와인 등급을 나눈다. 넓은 지역의 명칭보다는 작은 마을 단위 이름이 들어가 있는 와인이 좋은 와인인데, 보르도(BORDEAUX)와 크게 다른 점은 네고시앙(Negociant)이 있다는 것이다. 부르고뉴는 하나의 밭을 여러 사람이 나눠 갖는 구조가 많아서 오래전부터 중간 상인이 있었고, 이들은 포도를 사들여 와인을 만들거나 사들인 와인을 섞어서 새로운 와인을 만들어 파는 일을 하였는데, 이들을 네고시앙이라 부른다. 따라서, 부르고뉴 와인을 고를 때는 네고시앙 이름을 보고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요 네고시앙으로는 메종 J. 페블리 (Maison J. Faiveley), 메종 조제프 드루앙 (maison Joseph Drouhin), 메종 루이 라뚜르 (Maison Louis Latour), 메종 루이 자도 (Maison Louis Jadot), 메종 르로아 (Majon Leroy)가 있다. 특히 루이 자도는 한국 마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네고시앙 이름이니 기억해 두었다가 드셔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부르고뉴 레드와인으로 유명한 지역은 ‘황금의 언덕’이라는 뜻의 코트 도르(Cote d’Or)의 북쪽 지역인 코트 드 누이 (Cote de Nuits)이고, 이곳에는 DRC지역 (리쉬부르 Richebourg, 로마네 생비방 Romanee St-Vivant, 라 로마네 La Romanee, 로마네 콩티 Romanee Conti, 라 그랑 뤼 La Grand Rue, 라 타쉬 La Tache, 본 로마네 Vosne-Romanee) 외에, 주브레-생베르탱 (Gevrey-Chambertin), 샹볼-뮈지니 (Chambolle-Musigny), 클로 드 부조 (Clos de Vougeot)등 보석 같은 마을들이 산재해 있다.


참고로, 부르고뉴 지역에서도 A.O.C (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원산지 명칭 통제)를 따르고 보르도 지역의 라벨을 읽는것과 비슷하게 d’Origine 부분만 바뀌고 5개 등급으로 나뉜다.

 Appellation Bourgogne Controlee (아펠라시옹 부르고뉴 콩트롤레) : 부르고뉴에서 생산되는 가장 일반적인 와인

 Appellation Cote de Nuits Controlee (아펠라시옹 코드 드 누이 콩트롤레) : 부르고뉴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

 Appellation Gevrey-Chambertin Controlee ((아펠라시옹 주브레-생베르탱 콩트롤레) : 부르고뉴 마을단위에서 생산되는 와인

 Appellation Chambolle-Musigny 1er Cru Controlee (아펠라시옹 샹볼-뮤지니 프리미에 크뤼 콩트롤레) : 부르고뉴 1등급 와인, 특급 바로 아래 단계이다.

 Appellation Richebourg Grand Cru Controlee (아펠라시옹 리쉬브르 그랑 크뤼 콩트롤레) : 부르고뉴 특급 포도밭(구역) 와인, 그랑크뤼 와인으로는 화이트 와인 16, 레드와인 35개가 지정되었다.


그럼 와인 라벨의 예를 들어가며 설명을 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 로마네 꽁띠 2004 (Domaine de la Romanee Conti, Romanee Conti 2004)

  • 매년 6,000병 내외로 생산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 중 하나로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와인이다. 로마네 꽁띠 한 병만은 팔지 않고 DRC와인 12병을 Box로 사면 그 안에 로마네 꽁띠 1병이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인터넷에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몇 년을 기다려야 차례가 온다고 한다. 나머지 11병도 너무 유명한 와인들이어서 일반 애호가들에게는 꿈의 와인으로 불리운다.

사진출처 : https://goo.gl/vrUR7o


① ROMANEE-CONTI (로마네 꽁띠) : 포도밭(구역) 이름이다.

② APPELLATION ROMANEE-CONTI CONTROLEE (아펠라시옹 로마네 꽁띠 콩트롤레) : 로마네 꽁띠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임을 나타낸다.

③ 5.663 Bouteilles Ricolties : 5,663병만 생산했다.

④ BOUTEILLE N’ : 00414 : 일련번호 414번이다.

⑤ ANNEE 2004 : 2004년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⑥ MISE EN BOUTEILLE AU DOMAINE (미 장 부떼이으 오 도멘) : 도멘에서 직접 병입하였음을 나타낸다.


2. 도멘 르로아 리쉬브루 그랑크뤼 (Domaine Leroy Richebourg Grand Cru, Cote de Nuits, France)

  • 필자에게는 잊을 수 없는 와인이다. 부르고뉴 와인이 왜 유명한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해준 와인인데, 물안개가 피어오르듯 산들거리는 딸기향과 꿈틀대듯 치고 올라오는 민트향이 인상적이다.

사진출처: https://goo.gl/JDVWFt


① Richebourg : 리쉬부르, 포도밭(구역) 이름이다.

② Grand Cru : 부르고뉴 최고등급이다.

③ MIS EN BOUTEILLES AU DOMAINE (미 장 부떼이으 오 도멘) : 도멘에서 직접 병입하였음을 나타낸다.

④ Leory : 르로아, 유명한 와인 메이커 이름이다.


3. 루이자도 끌로 드 부죠 그랑 크뤼 (Louis Jadot Clos de Vougeot Grand Cru)

  • 부르고뉴 5대 네고시앙 중 하나로 한국의 마트에서도 자주 보이는 와인이다. 그랑크뤼 급은 시중 가격이 30만 원대로 너무 높아서, 쉽게 접근하기 힘들다.

사진출처 : https://goo.gl/KggfjD


① CLOS VOUGETO : 클로 부조, 포도밭(구역) 이름이다.

② Grand Cru : 부르고뉴 최고등급이다.

③ MIS EN BOUTEILLES AU DOMAINE (미 장 부떼이으 오 도멘) : 도멘에서 직접 병입하였음을 나타낸다.

④ 75cl : 75centilitre = 750mL 와인 용량을 뜻한다.

⑤ 13.5% vol : 알코올 도수.

⑥ Domaine Louis Jadot : 루이 자도 포도원. 네고시앙이긴 하지만 자체 포도원에서 생산했음을 나타낸다.


부르고뉴 와인들은 가격이 너무 비싸서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하지만 부르고뉴 지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면서 가격은 4만 원대 후반으로 가볍게 먹기에 좋은 와인들이 있다. 믿을만한 네고시앙인 루이자도가 만든 부르고뉴 루즈 피노 누아 (Louis Jadot, Bourgogne Rouge Pinot Noir)와 부르고뉴 블랑 (Louis Jadot, Bourgogne Blanc)이 그것이다.


사진출처 : Louis Jadot


자, 다사다난했던 2016년도 이제 저물어 간다. 다가오는 2017년에도 앰코인스토리 독자님들 가정이 평안하고 와인福이 충만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