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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여행을 떠나요

[등산으로 힐링하기] 하늘 아래 가장 높은 산, 지리산 천왕봉

by 앰코인스토리 - 2016. 7. 22.


지리산 산행 코스 (약 13시간 소요, 20 km)


지리산은 대한민국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 최고 1,915m(천왕봉)의 경상남도와 전라북도에 걸쳐있는 산으로, 백두 대간 끝에 자리 잡은 산입니다. 지리산이라는 이름은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천왕봉에서부터 노고단까지 반야봉, 제석봉, 삼도봉, 토끼봉, 촛대봉 등의 해발 1,000m 이상의 봉우리들을 지나 25.5km 능선을 타고 종주할 수 있습니다. 산이 높은 만큼 칠선계곡, 한신계곡, 뱀사골, 한수골 등 다양한 계곡들도 형성하여 볼거리가 많은 산입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코스는 무박으로 정상 천왕봉을 다녀올 수 있는 코스로, 어두운 새벽에 출발해 오르는 길에 일출을 멀리서 바라며 올라갑니다. (해돋이, 즉, 오메가는 볼 수 없지만) 출발지부터 다섯 시간 정도를 올라가야 하는데요, 천왕봉까지 가는 최단 코스인 만큼 난이도가 가장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망바위 가는 길


고속버스에서 내린 새벽 3시에 랜턴을 켜고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새벽이라 날씨는 선선하고 어두워서 랜턴 빛에 의존해서 올라가다 보니 조금 무섭게 느껴지더라고요. 길은 가파르고 보이는 것은 돌 뿐이라서 좀 지루하기도 하고 시야가 좁아 답답했지만, 차라리 아무 생각도 안 들고 기계처럼 올라갈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3분의 1지점부터는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나무숲 속에 갇혀 있어 일출이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하늘이 밝아지며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듯했습니다. 망바위 근처에 도착해서는 꽤 높이 올라와서 그런지 붉은빛이 도는 아름다운 아침 하늘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로터리 대피소에 도착해서 과일을 먹고 체력을 비축한 후, 천왕봉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무박 산행이다 보니 제한된 시간 안에 내려가기 위해서는 너무 오래 쉴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은 정상까지 더 올라가야 하지만 로터리 대피소부터는 오르락내리락 능선을 타며 경치를 감상할 수 있어서 그나마 수월했습니다.



▲ 범계사


▲ 천왕봉 가는 길, 외로운 구상나무


▲ 천왕샘


대피소를 지나면 하늘 아래 첫 사찰이라는 범계사가 있습니다. 이렇게 높은 곳에 절이 있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사찰은 인간 세계와 멀어질수록 도량이 깊어진다고 하여 산속 깊이 숨어든다고 합니다. 이곳의 특징은 불상 대신에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삼층석탑을 모신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적멸보궁 안에 부처님 대신 그 자리에 삼층석탑이 보이도록 유리창이 있네요. 이른 아침의 조용한 사찰은 정말 고요하고 마음이 평안해지는 느낌입니다. 범계사를 지나니 천왕샘 약수터가 나왔습니다. 물맛이 아주 깨끗하네요! 약수터 특유의 금속 냄새나 비린 느낌은 전혀 없고, 아주 깔끔한 맛으로 기분이 아주 상쾌해졌습니다.


▲ 천왕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구름


▲ 천왕봉 정상



▲ 장처목 대피소 가는 길, 야생화


▲ 장터목 대피소


드디어 천왕봉 최고봉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섯 시간을 걸어오느라 체력이 바닥난 상태라 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정상을 바라보니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1,900m에서 바라보는 경치란 힘들었던 시간을 전부 보상받는 느낌이었습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사방으로 갈라진 능선들과 봉우리를 바라보고 있자니, 내가 이 대자연의 주인이 된듯한 느낌입니다. 정상 석에는 ‘한국인의 기상이 여기서 발원되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데요, 내륙 최고 봉우리에 민족의 기상이 서려 있었습니다. 지리산은 ‘엄마의 산’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그 말 그대로 숲, 바람, 동물, 민족, 그 모든 것을 품어주는 듯합니다.


산 날씨는 매우 변덕스러워서 아침에는 해가 쨍쨍했는데, 정상에서 서 있기 20분 후부터는 구름이 뭉게뭉게 끼기 시작했습니다. 구름 이동이 매우 빠르고 그걸 두 눈으로 지켜본다는 것이 마치 제가 신선이 된 느낌입니다. 지리산 종주는 인생길과 비교한다고 하지요. 이것은 오르막~내리막이 이어져 체력과 인내가 없이는 완주하기 어렵습니다.


▲ 세석 대피소 가는 길, 야생화


▲ 사진 찍기 좋은 명소, 마치 스위스 같다 


▲ 세석 대피소에서


지리산의 또 다른 묘미는 야생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 보는 작고 귀여운 꽃들을 길목마다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리산에는 총 5개의 대피소가 있는데 우리는 장터목 대피소에서 늦은 아침밥을 먹었습니다. 지리산 대피소에서는 취사할 수 있어서 밥 해먹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꿀맛 같은 이른 점심을 먹고 다시 힘차게 종착지인 세석대피소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일출봉, 연하봉, 촛대봉 등 다양한 봉우리들을 지나며 칼바람을 맞았네요. 지대가 높아서 7월이었는데도 바람이 매우 차서 바람막이 없이는 갈 수 없을 듯싶었습니다.



▲ 하산은 계곡길


세석대피소부터는 드디어 하산~! 이번 하산은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낀다는 한신계곡을 따라갑니다. 이곳이 매우 장관입니다. 푸른 녹음과 어우러지는 맑은 계곡물, 폭포들의 시원한 물소리까지 눈과 귀가 즐거운 곳이지요. 경치를 감상하기 좋도록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와 계단들이 잘 만들어져 있어,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경치 구경도하면서 내려올 수 있습니다. 한신폭포, 오층폭포, 가내소폭포, 첫나들이폭포 등 크고 작은 폭포들이 줄을 이어 쏟아지는 폭포소리에 더운 줄 모르는 듯했습니다.


백무동 야영장으로 하산하니 3시 반입니다.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면 됩니다. 13시간이라는 장거리 산행은 저도 처음입니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충분한 산이었습니다. 봉우리를 따라 이어지는 산맥들과 저 멀리 끝없이 레이어드 되는 산들의 경치! 이런 것이 바로 신선놀음인가 싶습니다.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비워지면서 힐링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대자연으로의 힐링여행 어떠셨나요? 여러분도 한번 떠나보세요~!


Tip. 지리산

Travel. 지리산으로 가는 교통편

남부터미널에서(11:30pm) 고속버스를 타고 중산리에서 하산(3:00am), 버스를 내려주는 것은 마을 입구고, 실제 등산이 시작되는 곳까지 3km 정도 차도를 따라 올라가면 지리산 탐방안내소가 나옵니다. 이정표는 있으니 도로를 따라 계속 올라가면 됩니다.

Travel. 서울로 돌아가는 교통편

야영장으로 내려와 길 따라 쭈~욱 내려오다 보면 음식점들과 슈퍼가 보입니다. 이곳에 버스정류장이 있는데요, 시간 맞춰서 하산하는 것도 하나의 팁입니다.

백무동 > 동서울 : 7:20 8:50 11:30 13:30 14:50 16:00 17:00 18:00

백무동 > 남부 : 14:30 18:30

Food. 대피소 취사 & 간식거리

대피소에서 취사할 수 있어서 코펠 등을 가져가 음식을 조리해도 됩니다. 프라이팬도 가져와 제육볶음을 해 드시는 분도 있습니다. 산에는 무엇을 먹어도 꿀맛이지만 역시 라면을 많이 가져오는 편입니다. 대피소에 식수로 사용 가능한 샘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긴 산행인 만큼 에너지 보충이 중요하니, 간식들을 잘 챙겨와 중간중간 섭취하세요.




WRITTEN BY 최사라

먹방과 여행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힐링등산을 연재할 K3기자. 등산하면서 느낀 감동을 함께 나누고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힐링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사람들이 등산의 매력에 푸욱 빠지는 것이 목표이며 더불어 건강한 밥집도 함께 소개하여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 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