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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추천책읽기] 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방법, 책으로 여행하기

by 앰코인스토리 - 2016. 7. 12.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따로 있을까마는, 바야흐로 여행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손꼽아 기다리던 ‘여름 휴가’가 다가오니까요. 매일같이 출퇴근하던 생활에서 벗어나 오롯이 내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며칠의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만으로도 설렙니다. 일상을 벗어난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들뜨고 얼굴이 환해지지요. 여행을 떠나기 직전의 들뜬 마음과 여유로운 기분을 조금 더 오래 지속할 방법을 소개합니다. 바로 ‘책으로 여행하기’입니다. 여행하며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책을 읽으며 여행하는 게 아니라,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거예요. 마치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처럼 말이지요! 의외로 꽤 흥미진진한 여행으로 남는답니다.


여행법 1. 소설 속으로 여행하기

가고 싶은 나라를 배경으로 한 소설 읽기

책을 읽는 동안 정신없이 빠져들어 상상의 나라를 여행해 본 경험이 다들 있으실 거예요. 「모모」라던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책을 읽을 땐 마치 알록달록한 환상의 나라 속에 있는 기분이 들지요. 가끔은 현실보다 더욱 현실적인 소설의 세계에서 정신없이 헤매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이런 방법을 이용해서, 현실의 나라를 여행해 보세요.

예를 들면, 붉은 열정의 나라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는 「돈키호테」를 읽는 겁니다. 어린 시절에 세계문학전집 중의 한 권으로 이 책을 접한 사람 대부분은 미치광이 돈키호테의 매력을 제대로 느낀 적이 없으실 거예요. 실제로 이 책은 굉장한 두께와 그만큼의 깊이를 가진 소설이지요. 이왕이면 완역본으로 읽으시길 추천합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돈키호테와 산초와 함께 스페인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답니다. 마찬가지로 「레미제라블」을 읽으며 프랑스와 파리를 여행하고,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며 지중해의 바람을 느껴보세요. 카프카의 소설들을 읽으면 우울과 낭만의 도시 프라하를 여행할 수 있지요.


여행법 2. 여행 에세이로 여행하기

나보다 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여행담 읽기

여행 에세이를 읽으면 마치 내 이웃에 사는 듯한 사람들의 체험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행지를 다녀온 사람들의 경험담과 생각, 느낌이 책에 고스란히 드러나서 읽는 맛이 쏠쏠하지요. 나와 비슷한 처지의 누군가가 여행을 다녀와서 쓴 글이라서 그런지 읽을수록 내 얘기 같아 동감하게 되고, 나도 이렇게 여행하면 재미있겠다며 대리만족도 됩니다.

엄마와 함께 세계 여행을 하고 돌아온 태원준 작가의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는 키만 큰 30세 아들과 깡마른 60세 엄마, 둘이 합쳐 몸무게 100kg도 안 나가는 두 사람의 좌충우돌 세계 여행기입니다. 태원준 작가의 글솜씨도 맛깔나지만, 한국의 전형적인 ‘엄마’가 세계 여행을 하면서 세상을 끌어안는 모습은 감동적이기도 합니다.

아이를 키우며 아이와 여행하는 분들에게는 「착한 성장 여행」이라는 책을 권합니다. 아이가 등장하는 여행 에세이는 아이의 시선으로 여행을 바라보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세 식구가 학교도 직장도 그만두고 세계를 여행한 경험담인 「떴다! 두고 보자 패밀리의 세계일주」라던가, 부부끼리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2년 동안 세계여행을 한 「한 달에 한 도시」 같은 세계여행 책들도 인기 있어요. ‘나도 언젠가 세계여행을 떠나야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제격이지요.


여행법 3. 가이드북으로 여행하기

지도를 따라갈 곳을 체크하며 가이드북 읽기

종종 애용하는 여행방법입니다. 가이드북을 사다놓고 읽기만 해도 실제로 그곳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가이드북 읽기는 구체적으로 떠나고 싶은 장소가 있는 사람에게 가장 실용적인 여행법입니다.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는 도시의 가이드북을 골라 처음부터 끝까지 쭈욱 읽어보세요. 샌프란시스코에서 L.A에 이르는 미국 서부 해안길을 드라이브하는 상상을 하며 미서부 가이드북을 읽는다거나, 바게트를 하나 사 들고 파리의 골목골목을 누비는 상상을 하며 프랑스 가이드북을 읽는 거예요. 유럽이나 미주보다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가까워서 심리적으로도 가까운 느낌의 홍콩, 오키나와, 방콕, 싱가포르 가이드북도 좋겠지요. 도시 여행을 세심하게 안내해 주는 가이드북을 따라 지도를 훑어가다가 책을 덮고 나면 마치 일주일간의 여행을 마친 듯한 느낌이 든답니다.



한 방울의 휴식처럼, 한 모금의 여유처럼 즐길 책들을 소개합니다.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는 푸른 바닷가의 큼지막한 파라솔 밑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쉬엄쉬엄 읽어도 좋고, 동네의 작은 카페에 앉아 커피 향에 둘러싸여 잔잔하게 읽어내려도 좋을 책이에요.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역, 문학동네


<꽃보다 청춘>의 여파인지 여전히 라오스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는 요즈음, 화들짝한 제목의 책이 나왔지요. 심지어 작가가 무라카미 하루키라니! 그래서 하루키가 라오스를 여행하고 쓴 여행기인가 했더니 그건 아닙니다. 하루키가 그동안 여행했던 전 세계 여행지 열 곳에 대한 에세이를 모은 책이에요. 하루키는 책에서 이렇게 말하지요. “여행이란 그런 겁니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이미 알고 있다면, 아무도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여행을 가진 않을 겁니다. 몇 번 가본 곳이라도 갈 때마다 ‘오오, 이런 게 있었다니!’ 하는 놀라움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바로 여행입니다.”라고요. 남들과 같은 곳을 여행하고도 이렇게 색다른 관점으로 쓸 수 있다니, 역시 남다른 작가임을 느끼게 하는 책입니다.




「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 창비


일본에 하루키가 있다면, 우리에겐 김연수가 있습니다. 소설이면 소설, 에세이면 에세이, 내는 책마다 그만의 글맛이 살아있지요. 소설로도 상을 무척 많이 받은 작가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 그의 에세이를 사랑하는 독자들이 그만큼 많은 이유를 알게 될 겁니다. 세상을 읽는 따뜻한 시선, 사람과 삶에 대한 경의, 잡다할 만큼 해박한 지식, 작가의 유머감각이 곳곳에서 묻어나 읽는 동안 수없이 키득거리게 하지요. ‘봉쇄선 백오십리 너머에서는 익살스럽고 구슬픈’ 일이 벌어지고, 국경 너머엔 ‘도끼로 이미까라 상들의 나라’가 펼쳐집니다. 그러면서도 한 챕터의 여행이 끝나고 나면 싸아~하고 아릿하게 마음 속에 가라앉는 ‘아마도 슬픔이거나’ 그와 비슷한 느낌이 남습니다.



「나한테 미안해서 비행기를 탔다」 

오기사 오영욱 지음, 달


건축가 오영욱은 ‘오기사’라는 필명으로 더욱 유명합니다. 직접 찍은 사진과 직접 그린 일러스트의 조화는 풍경을 더욱 근사하게 각인시키고, 촌철살인과 위트를 겸비한 짧은 에세이는 읽을수록 감칠맛을 더하지요. 스스로를 2등신으로 그려낸 큰머리 오기사가 등장하면 누구라도 ‘빵 터지는’ 재미가 있습니다. 모든 곳을 꼼꼼하게 둘러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아니라, 퍼질러 앉아 그 도시만의 하드 드링크를 경험하는 것이 여행의 묘미라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최적의 책이 될 겁니다. 이 책을 읽은 후 ‘건축도 잘 알아, 여행도 잘 다녀, 글도 잘 써, 그림도 잘 그려, 감수성 풍부해... 이런 사람이 왜 여자 친구가 없지? 진짜 그렇게 머리가 큰가?’라며 궁금했었는데, 몇 년 전에 미녀 여배우와 결혼을 했지요. 이제는 ‘공쥬님의 남편’으로 유명해졌지만 그의 여행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여전히 ‘오기사’로 남아있습니다.



「엄마표 아이여행」 

이동미 지음, 지식너머


부모의 휴가는 대부분 아이를 위한 시간이 되곤 합니다. 때로는 귀찮고 때로는 피곤하지만,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행복한 순간이자 딱 한 번씩만 허락된 시간이지요. 부모가 아이와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요. 이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고민된다면 이 책을 읽고 ‘아이와 떠나는 여행의 기술’을 배워보세요. 이 책은 어디로 가면 좋을지나 무엇을 보면 좋을지를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아이와 어떻게 여행하면 좋을지, ‘HOW TO’를 알려주는 여행칼럼에 가깝습니다. 아이와 함께 여행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은 값비싼 호텔이나 비싼 음식, 남들 다 가는 관광지나 공부에 도움이 되는 장소가 아니라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진심으로 행복해지는 방법, 아이와 여행을 하면서 나눌 이야기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글쓴이 배나영

남다른 취재력과 감각있는 필력을 여러 매체에 인정받아 자유기고가와 여행작가로 일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기획자에서 뮤지컬 배우에 이르는 폭넓은 경험을 자양분 삼아 글을 쓴다.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하며 여행과 삶을 아름답게 조화시키는 방법을 궁리 중이다. 블로그 baenadj.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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