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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뱃살

by 앰코인스토리 - 2016. 7. 1.


하루에 여덟 시간은 의자에 앉아 생활하다 보니, 생각지 않았던 뱃살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탓에 편한 복장을 선호하게 되었고, 고무줄이 있는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게 되었다. 그래서 뱃살이 나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같다.


어느 날이었다. 지인 결혼에 가기 위해 양복을 꺼내 입게 되었는데, 불과 몇 개월 사이 넉넉했던 허리둘레가 단추를 채우지 못할 정도가 되고 만 것이었다. 심각해진 상황을 직감하게 되었다. 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올챙이 배 아저씨를 조금씩 닮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안 되겠구나! 운동을 시작해야겠네.’ 


다부진 마음으로 그다음 날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공원으로 빠르게 걷기 운동을 했다. 거의 2km 거리를 쉬지 않고 걸었다. 예전에 다리 근육 파열이 있었던 터라 무리한 조깅 보다는 걷기가 낫겠다 싶었다. 더운 날씨에 땀이 비 오듯 했다. 하루 지나고 이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났는데 한번 나온 뱃살은 들어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한 일주일은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어째 똑같냐! 이거 너무 한 거 아닌가!’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다소 실망이 컸다.


TV에 나와서, 다이어트를 해도 해도 뱃살이 빠지지 않고 몸무게는 줄지 않았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던 다이어트 실패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한번 관리 못 하면 참 여러 날을 고생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실패한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올챙이 배로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을 보낼 수만은 없었기에 먹는 것도 조절해 나갔다. 하루 세 끼를 먹되 저녁 식사량을 대폭 줄였다. 예전에는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선호했었지만, 가급적 그 상황을 피하고자 친구나 지인을 점심때 만났고, 저녁을 일찍 먹고 나서 허기지면 물로 배를 채웠다. 그렇게 식단을 바꾸어 가다 보니, 잠을 자는 데 있어 부담이 없어졌다. 소화할 양이 줄다 보니 쉽게 잠을 잘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이제 한 달 째, 여전히 뱃살은 그대로지만 뱃살 안에 있었던 지방이 하나하나 녹아가고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한 달이 더 가고, 또 한 달이 더 지나면, 지금보다는 나은 몸을 갖게 될 거란 기대도 하고 있다. 그때가 되면 뱃살에 대한 고민도 함께 사라지지 않을까.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