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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테마 피플] 안나 파블로바, 칭찬은 백조를 춤추게 한다

by 앰코인스토리.. 2014. 8. 5.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는 발레 공연을 단 한 번도 못 본 분도 있을 것이다. 발레는 솔직히 대중적인 예술이라 일컫기가 어렵다. 반면, 가녀리면서도 아름다운 선을 그리며 힘 있는 도약을 보여주는 발레리나에 대해서는 왠지 모를 동경이 퍼져 있는 듯하다. ‘발레리나’라고 하면 마르고 우아하고, 일상에서는 다소 까다로울 것 같은 인상이다. 이 스테레오타입은 안나 파블로바라는 세기의 발레리나에게서 본을 따온 것은 아닐까. 안나 파블로바의 생애를 살펴보며 발레와 발레리나에 대해 이전보다 친근감을 가지게 되기를 바란다.

 

50년의 인생, 그중에 절반을 무대에서 보내며 약 4,000회의 공연을 한 발레리나가 있다. ‘빈사의 백조(The Dying Swan)’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발레리나이자 러시아의 무용수인 ‘안나 파블로바(Anna Pavlova, 1881년~1931년)’다. 파블로바의 생전 공연 모습은 인터넷 검색을 하면 동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비가 내리고 뚝뚝 끊기는 흑백 화면이지만, 그녀의 뛰어난 움직임을 아쉬운 대로 감상할 기회다.

 

▲ <사진 1> 안나 파블로바

 출처 : www.en.wikipedia.org


백조처럼 날갯짓을 하는 모습과 세기를 뛰어넘은 명성은 안나 파블로바를 타고난 발레리나처럼 여기게 한다. 그러나 그녀는 천재보다는 노력형 발레리나에 가까웠다. 그래서인지 노력과 관련된 말을 많이 남긴 편이다. “멈추지 말고 매진하라. 그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신은 재능을 주시고, 노력은 재능을 천재로 만든다.”

 

 

 

빗자루 같은 몸을 한 연습벌레


안나 파블로바는 1881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세탁 일을 해서 딸을 겨우 키웠는데, 어려운 형편에도 딸에게 공을 들였다. 파블로바가 발레리나가 되려고 한 것도 어머니가 마린스키 극장에서 보여 준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파블로바를 황실 발레학교로 데려갔으나 처음에는 입학이 거절되었다. 아직 어리고 너무 말랐다는 것이 거절의 이유였다. 그러나 최고의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Marius Petipa, 1819~1910)’가 그녀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발탁해 본격적으로 발레를 배울 수 있었다. 발레리나로서도 지나치게 마른 편이었는지 친구들에게 ‘빗자루’라는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러시아 발레는 엄격하고 힘 있는 동작을 추구했다. 파블로바는 러시아 발레가 요구하는 발레리나가 아니었다. 자세와 회전면에서 모두 자질이 부족했다. 몸 특히 발목은 너무 가늘고 약했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의 연습벌레인 그녀는 턴과 점프를 무리할 정도로 반복 연습했다. 그러던 중 ‘파벨 게르트(Pavel Andreyevich Gerdt, 1844~1917)’가 그녀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너보다 훨씬 신체적으로 강한 사람들이 하는 것을 흉내 내지 마라. 너만의 우아함과 연약함이 가장 큰 자산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곡예와 같은 트릭보다 자신이 가진 특별한 재능을 끌어내는 춤을 추어라.”

 

파블로바는 섬세한 감정 표현과 아름다운 연기로 남과 다른 자신만의 발레를 하게 되었다. 마린스키 극장에서 발레를 처음 본 어린 소녀는, 마침내 그 극장의 주역 무용수로 올라선 것이다.

 

 

 

세계를 매혹하는 나비로 탈바꿈하다

 

▲ <사진 2> 안나 파블로바의 사진엽서

  출처 : www.en.wikipedia.org 


안나 파블로바를 주역 무용수, 진정한 의미에서 ‘발레리나’로 부르게 한 역할은 라 바야데르(La Bayadere)의 <니키아>였다. 그녀는 인도의 무희인 ‘니키아’ 역할을 멋지게 소화했다. 연인을 사이에 둔 연적과의 갈등, 배신과 죽음이 파블로바의 몸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펼쳐졌다. 다양한 감성이 필요한 <지젤>도 안나 파블로바의 대표작 중 하나다. 귀족 알베르와의 신분 차이에 절망한 아가씨 지젤이 죽어 ‘빌리’라는 춤의 요정이 된다는 이야기의 이 발레는, 그녀 이후 여러 발레리나가 꿈꾸는 역할이 되었다. 발랄한 시골 아가씨, 사랑의 배신에 미쳐가는 연인, 남자를 지키려는 죽은 영혼을 한 무대에서 연기하는 일은 발레의 테크닉만 갖춘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안나 파블로바를 주역 무용수, 진정한 의미에서 ‘발레리나’로 부르게 한 역할은 라 바야데르(La Bayadere)의 <니키아>였다. 그녀는 인도의 무희인 ‘니키아’ 역할을 멋지게 소화했다. 연인을 사이에 둔 연적과의 갈등, 배신과 죽음이 파블로바의 몸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펼쳐졌다. 다양한 감성이 필요한 <지젤>도 안나 파블로바의 대표작 중 하나다. 귀족 알베르와의 신분 차이에 절망한 아가씨 지젤이 죽어 ‘빌리’라는 춤의 요정이 된다는 이야기의 이 발레는, 그녀 이후 여러 발레리나가 꿈꾸는 역할이 되었다. 발랄한 시골 아가씨, 사랑의 배신에 미쳐가는 연인, 남자를 지키려는 죽은 영혼을 한 무대에서 연기하는 일은 발레의 테크닉만 갖춘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일반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백조의 호수>의 ‘오데트’도 안나 파블로바에게 적역이었다. ‘오데트’하면 ‘파블로바’, ‘파블로바’ 하면 ‘오데트’가 바로 떠오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백조의 호수>는 앞서 소개한 라 바야데르, 지젤과 함께 ‘백색 발레’로도 통한다. 하얀 튀튀(치마 끝이 넓은 여성 발레 의상)를 입고 군무를 추는 장면이 삽입된 발레여서다. 군무 장면만으로도 관람료가 아깝지 않다는 평가를 듣곤 하니, 파블로바의 후예들이 선보이는 백색 발레를 기회가 되는 한 감상해 보실 것을 추천한다.

 

▲ <사진 3> 백조를 연기하는 안나 파블로바

 출처: www.en.wikipedia.org


안나 파블로바를 ‘백조’라고 부르는 것은 <백조의 호수>와 더불어 <빈사의 백조>의 영향이 크다. 말 그대로 죽어가는 백조를 연기하는 2분 정도의 짧은 발레다. 생상의 음악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에다가 미하일 포킨(Michel Fokin)이 안무를 했다. 포킨은 이 작품을 파블로바를 위해 특별히 만들었다. 죽음이 가까워져 올수록 파닥거리는 날갯짓과 표정 연기가 일품이다. 이후 파블로바에게는 ‘백조의 화신’이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지금은 파블로바만큼이나 뛰어난 기량의 후배들이 선보이는 <빈사의 백조>를 많이 만날 수 있다.

 

 

 

고전발레를 위해 세계 각지로 날아든 백조

 

정상의 자리에 오른 안나 파블로바는 고전 발레를 세계에 전파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유럽 관객들은 러시아 관객들 못지않게 그녀를 사랑했다. 활달한 성격이었던 파블로바에게 세계 투어 공연은 적성에도 맞는 일이었다. 러시아 황실발레단을 나와 마린스키 극장에서 활동했던 무용수들이 주축이 된 발레단 ‘발레 뤼스’에 파블로바가 합류했다. 세르게이 디아길레프(Sergei Diaghilev, 1872~1929)가 세운 발레 뤼스에는 바슬라프 니진스키, 조지 발란신, 미하일 포킨 등 세기의 안무가와 무용수들이 거쳐 갔다. 1911년이 되자 파블로바는 아예 자신만의 발레단을 창단한다. 파블로바의 발레단은 1차 세계대전 중 유럽, 미국, 인도, 중국, 그리고 일본까지를 누비며 거의 매일 같이 발레 공연을 선사했다.

 

세기의 발레리나, 모두가 따라 하고 싶어 하던 발레리나가 잠시나마 머물 거처로 택한 장소는 런던이었다. 파블로바는 호숫가 작은 집 ‘아이비 하우스(Ivy House)’에 살며 발레를 가르치고 애완동물들을 길렀다. 죽기 전까지 춤을 췄고, 후배에게 가르쳤고, 세계에 고전 발레를 전파했다. 파블로바의 사인은 무리한 일정과 추위에 인해 얻은 폐렴과 가슴막염이다. 의사의 만류에도 일정을 강행해, 공연이 있던 네덜란드 헤이그의 호텔 방에서 숨을 거뒀다. <빈사의 백조>에서 입을 하얀 튀튀를 가슴에 품은 채였다.

 

▲ <사진 4> 안나 파블로바의 유골

 출처 : www.en.wikipedia.org


그녀가 세상을 떠난 이틀 뒤 런던의 한 공연장에는 <빈사의 백조>가 무대에 올랐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생상의 ‘백조’가 흐르는 가운데, 무대에는 발레리나가 서 있어야 할 자리를 조명만이 비추었다. 음악이 끝나자마자 이제는 세상에 없는 백조의 화신 안나 파블로바에게 열렬한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 <사진 5> 런던 빅토리아 극장의 안나 파블로바

 출처 : www.en.wikipedia.org

 


 안나 파블로바 공연 동영상 보기


동영상 <Anna Pavlova - The Dying Swan>

출처 : 유튜브 (http://youtu.be/QMEBFhVMZpU)

 

동영상 <Anna Pavlova performs ballet solos, 1920's - Film 7224>

출처 : 유튜브 (http://youtu.be/8bRwb5DGekg)

 

글쓴이 김희연은 _ 사보와 잡지에 글을 기고하는 자유기고가다. 사회, 문화, 경제 분야에 두루 걸쳐 갖가지 종류의 글을 쓴다. 글쓰기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행운을 얻어서 늘 고마운 마음을 품은 한편으로, 쓸데없는 글로 인해 웹이나 인쇄매체에 들어가는 종이와 바이트, 그리고 독자들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하며 살아간다.

 

※ 외부필자에 의해 작성된 기고문의 내용은 앰코인스토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