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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요리와 친해지기

[와인과 친해지기] 마르께스 드 무리에따 까스틸로 이가이 (스페인, 레드와인)

by 미스터 반 2016. 3. 31.

사진출처 : http://goo.gl/W8AnKA


얼마 전, 필자에게 도움을 많이 주신 분(A 선생님)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와인을 대접할 기회가 있었다. 집 근처에 와인 바가 있는데 다양하게 구비된 와인을 병으로 구매해 마실 수도 있고, 8종의 서로 다른 와인을 자판기처럼 선택해 잔으로 마실 수도 있다. 우리는 자판기 와인을 조금씩 마셔본 후에 그중에 마음에 드는 와인이 있으면 그 와인을 병으로 시켜서 먹을 생각이었다.



A 선생님은 자판기 와인들의 향을 맡고 맛도 보며 이리저리 살핀 끝에, 스페인산 □□와인이 좋다고 하셨다. 필자는 그 와인을 사려고 스페인 와인들이 모여있는 코너를 두리번거리다가 □□와인 바로 옆 칸에 붉은색 얇은 종이로 곱게 포장되어 누워있는 또 다른 와인을 발견했다. 그 와인의 이름은 까스틸로 이가이(Castillo Ygay). 어디서 한번 본듯한 라벨이었다. 굉장히 강렬했던 느낌인데 어디서 봤을까. 어디서 만난 와인인지 당최 기억나지 않았다.


까스틸로 이가이(Castillo Ygay)는 □□와인과 같은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으로 □□와인보다 상위레벨의 와인이어서 □□와인보다 가격이 비쌌다. 순간 망설였지만 그동안 도움을 주셨던 A 선생님에 대한 보답을 핑계 삼아 필자도 오랜만에 좋은 와인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까스틸로 이가이(Castillo Ygay)를 구매했다. 필리핀의 열악한 보관 상태 때문인지 코르크가 부러지는 사고가 있었지만, 다행히 2005년 빈티지였던 그 와인은 너무나도 훌륭하게 살아있었다. 달콤하고 우아한 향과 함께 부드러운 목 넘김과 긴 피니쉬는 고급 와인에서 공통으로 느낄 수 있는 특징이었다.


와인을 마실수록 혀를 꽉 잡아주는 단단한 매력도 있었고, 숙성된 올빈의 느낌도 있었다. 와인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A 선생님은 스페인산 와인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며 극찬을 거듭했고, 스페인 와인 마니아인 지인이 했던 “스페인 와인은 위대하다.”라는 말이 농담이 아니었음을 느낄 정도였다.



집에 돌아와 까스틸로 이가이(Castillo Ygay)를 어디서 봤는지 기억을 더듬었다. 혹시 2013년 스페인 여행 중에 처음 보는 와인이었지만 구매하지 못해 아쉬움을 사진으로만 남겼던 그 와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여행사진을 뒤져봤는데 정말 바로 그 와인이었다! 신기하게도 사진 속 와인과 필자가 만난 와인의 빈티지가 2005년으로 같았다.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광장 옆 백화점 와인코너


참고로 마르께스 드 무리에따(Marques de Murrieta)는 1852년 루치아노 무리에따(Luciano Murriteta)가 설립한 와이너리로, 스페인을 대표하는 와이너리 중 하나다. 스페인에 처음으로 오크통 숙성기술을 가져와 리오하(Rioja) 지역 와인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필자가 만나본 까스틸로 이가이(Castillo Ygay)는 포도 작황이 좋은 특별한 해에만 생산되는 와인으로 80년 된 포도밭에서 자란 템프라뇨(Tempranillo, 스페인 고유 적포도 이름) 89%와 마주엘로(Mazuelo, 프랑스에서 건너온 적포도 일종) 11%의 비율로 만들었으며, 30개월 오크통 숙성 후에 다시 36개월 병 숙성 후 출시된 그랑 리제르바급 와인이다. 까스틸로 이가이 2005년 빈티지는 와인 평론가들로부터 리오하 최고의 그랑 리제르바 와인이라는 찬사와 함께 높은 점수를 받았다. (리오하(Rioja) : 스페인 최고의 와인 산지 / 그랑 리제르바 : 최저 오크통 숙성 18개월을 포함하여 총 최저 5년을 숙성시킨 후 출시하는 와인)


사진출처 : http://goo.gl/AZ6jDT


좋은 와인은 하나의 예쁜 추억을 만들기도 하고 또 그 아름다운 기억으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한 장의 티켓이 되어주기도 한다. 까스틸로 이가이로 인해서 스페인 여행시 남겼던 사진들을 다시 들여 봄으로써 그때의 즐거웠던 시간을 다시 마주할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에게도 그런 추억의 와인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사진출처 : http://goo.gl/TH2POq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