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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추천책읽기] 비움 : 채움을 위한 비움의 시간, 가득 채우기 위해서 먼저 버려야 할 것들

by 앰코인스토리 - 2016. 2. 4.


우리가 잘 쓰는 말 중에 ‘시간을 비우다’라는 말이 있지요. 음미할수록 신기한 말이에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시간을 어떻게 비워낼까요? 그런데도 우리는 이 말을 다양하게 사용합니다. “오후에 시간 좀 비워 봐.”, “다음 월요일엔 시간을 비워 둬야겠다.”, “내일 시간 좀 비울 수 있니?”처럼 말이지요. 무슨 일을 하든 시간을 먼저 비워 두어야만 그 시간을 채울 수 있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어요. 시간을 비워야 미팅을 할 수 있고, 시간을 비워야 운동을 할 수 있고, 시간을 비워야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거지요. 우리는 먼저 비워야만 시간을 채울 수 있음을 이토록 잘 알고 있습니다.


새해를 맞아 의욕으로 충만한 당신. 무언가를 가득 채워나갈 계획을 갖고 계실 겁니다. 새로 장만한 다이어리를 적어나가고, 깨끗한 달력에 약속을 만들어가고, 관심을 가졌던 취미생활이나 공부를 시작해 볼까 고민합니다. 새로운 마음을 뒷받침할만한 새 옷, 새 가방, 새 노트북 등을 위시리스트에 올리고요. 금연 계획, 다이어트 계획은 포기하기 전까지 꾸준히 지속되겠지요. 하지만 이 모든 일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불필요한 것들과 버려야 할 것들을 먼저 비워야 합니다. 시간을 ‘먼저’ 비워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옛말처럼 새로운 계획들, 새로운 약속들, 심지어 새로운 물건들과 새로운 사람들은 모두 새로운 자리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먼저 비워야 할까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버릴 게 별로 없는 데 말입니다. 내가 가진 것들은 모두 소중하게 느껴지는데요, 그중에 무엇을 먼저 골라내어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잘 비우고, 잘 버리고, 조금 더 가벼워질 수 있을까요?



지금 당장 버려야 할 1순위

✔ 시간 낭비의 주범인 스마트폰 게임들


스마트폰의 게임을 (당장!) 지우세요. 알아요. ‘멈칫!’하게 되지요. 하지만 (생각난 김에 지금 당장!) 지우세요. 누구나 한두 개 정도는 즐겨 찾는 게임이 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짬짬이 하지요. 출퇴근 시간에 졸리면 한 판, 점심 먹고 나면 10분, 화장실에서 볼일 보며 잠깐, 이렇게 즐기고 계시지요? 우리는 갖가지 이유로 게임을 손에서 놓지 못합니다. 졸릴 때는 졸음도 쫓아야 하고, 나름대로 커뮤니티도 유지해야 하고, 어깨를 으쓱하게 하는 래어템도 갖춰야 하고…. 하지만 게임을 하는 사람 중에서 하루에 게임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을 할 때 하루 30분만 해야지, 이렇게 계획적으로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 하루의 일과를 마친 보상으로 10분, 혹은 퇴근 시간에 딱 두 판, 이렇게 계획성 있게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면 눈 딱 감고 게임 프로그램을 지우는 게 좋겠습니다. 게임을 비워낸 시간에 책 한 권을 집어넣는다면, 게임 한 판 대신 영어 단어 다섯 개를 채워 넣는다면 일 년 후의 내 모습이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요? 제일 먼저 게임하는 시간을 비워 보세요.


버려야 새로 만들어지는 인간관계

✔ 던바의 법칙에 따라 주소록과 SNS 정리하기


던바의 법칙을 아시나요? 영국의 문화인류학자이자 옥스퍼드 대학의 교수인 로빈 던바는 인간이 진정으로 사회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최대치가 150명이라고 주장합니다. 그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SNS에서 관계를 맺고, 주소록에 저장된 친구가 1천 명 이상이 되더라도 정기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은 150명 정도이며 그중에서도 끈끈한 관계는 20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관리 안 되는 SNS를 탈퇴하고, 누구인지 모르는 바뀐 연락처는 주소록에서 과감히 삭제하세요. 예전에는 자주 들락거렸지만 지금은 썰렁한 단체 채팅방도 한둘이 아닐 겁니다. 조용한 단체 채팅방도 나오세요. 불편한 글을 보내거나 자꾸 단체 문자를 보내는 사람들은 알림을 꺼두세요. 괜히 소심하게 걱정하지 마시고 진심을 담아 작별의 인사를 남긴 후 조용히 채팅방을 나오거나 커뮤니티를 탈퇴하시면 됩니다. 불필요하게 소모했던 에너지를 이제는 다른 활동에 써보세요.


생산성을 높이는 주변 정리

✔ 책상 정리에서부터 마음 정리까지


쓰지 않는 앱을 지우는 것부터 시작해 볼까요? 불필요한 알림으로 괜히 한 번씩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게 하는 앱들을 먼저 정리해야겠지요. 그 대신에 중요한, 그러나 잊고 있었던 앱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꺼내두는 것도 좋습니다. 어학공부용 앱이라던가, 다이어트용 앱, 나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특정한 매거진 앱을 깔아두고, 습관적으로 들여다보던 게임이나 SNS 대신에 이런 앱을 이용해 보세요. 추억이 담긴 사진,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 끄적여 두었던 짧은 글들도 동기화가 잘되는 프로그램으로 옮기면 여유로운 공간이 생깁니다. 그곳에 새로운 당신의 계획을 채워보세요. 하루 정도 날을 잡아 책상을 정리하고, 책장을 정리하세요. 옷장과 신발장을 정리해서 필요 없는 것들, 괜히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던 것들을 싸악 버리세요. 불필요한 물건들을 버리고 나면 오히려 내가 가진 소중한 것들의 자리를 되찾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아, 그리고 잊지 말고 마음도 정리하세요. 버려야 할 감정들, 비워내야 할 기억들이 분명히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을 거예요. 떠올렸을 때 기분 좋아지는 추억, 헤어졌지만 떠올리면 애틋하고 훈훈해지는 기억들만 남겨두세요. 다만 더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은 빨리 버리세요. 감정을 버리는 것뿐만 아니라 좋지 않게 헤어진 사람이 남긴 물건이 있다면 버리던가, 팔던가, 기부하세요. 더욱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쉽사리 버리거나 비우지 못하는 당신에게 비우고 다시 채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



「큰 쓰레기통을 사라」 

우스이 유키 지음, 산수야


저자의 이력이 독특합니다. 저자는 결혼해서 가정주부로 편안하게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지병으로 쓰러진 남편을 대신해 회사 경영에 나서게 됩니다. 처음엔 울고불고 가혹한 운명 앞에 맥없이 나가떨어지는가 싶더니, 3억 엔의 부채를 지고 있던 회사를 연 매출 23억 엔에 달하는 우량기업으로 성장시킵니다. 저자는 성공과 기회를 부르기 위해서 먼저 ‘버리기’ 법칙을 제안합니다. 주위의 불편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버리고 공간을 채워가는 방법을 책에 담았습니다. 서랍 속에 명함이 쌓여 있다고 인간관계가 넓은 것이 아니며, 옷장에 옷이 쌓여 있다고 패셔니스타가 아닌 것처럼, 정보는 버릴 것을 전제로 수집해야 하고, 자신에 대한 자만심과 자존심을 버려야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성공한 사람은 잘 버리는 사람이라는 그녀의 말은 그녀의 경험과 어우러져 진정한 힘을 발휘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 버리는 습관은 나 자신을 바꾸는 습관임을 깨닫게 됩니다.



「관계 정리가 힘이다」 

윤선현 지음, 위즈덤 하우스


‘국내 1호 정리 컨설턴트’라는 저자는 일상에서 우리가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관계 정리법을 제시합니다. 솔직히 인간관계처럼 정리하기 어려운 것도 없을 겁니다. 그러나 저자는 공간이나 물건을 정리하는 것처럼 인간관계도 정리를 제대로 해야 새롭고 바람직한 관계를 설정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요. 현실적인 여러 예시가 책에 담겨있어 자신을 돌아보고, 관계를 정리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줍니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법이라던가, 나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어떻게 멀리하는지, 쿨하게 작별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낡은 관계를 비워내고 새로운 관계를 맺는 법, 소중한 사람과 더 가까워지는 법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곤도 마리에 지음, 더난출판사


일본 최고의 정리 컨설턴트라고 불리는 저자는 한 번 정리하면 두 번 다시 어지르지 않는 정리법을 제시합니다. 단순한 공간 정리법이나 잘못된 정리 상식을 벗어나 ‘설렘’이라는 감정을 기반으로 한 정리법을 알려주지요. 죽어도 못 버리겠다는 사람을 위한 버리기 원칙, 절대 실패하지 않는 물건별 정리법, 즐거운 공간을 디자인하는 수납 방법을 담고 있어요. 이 책을 읽으면 어질러진 책상에서부터 지저분한 옷장, 온 집 안 구석구석까지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어떤 사람이든 정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정리를 하는 동안 우리의 사고방식이 달라지고, 인생이 달라진다고 주장합니다. 최소한의 시간을 들여 정리를 끝나고 나면 정말로 자신을 두근거리게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고,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이지요. 이 책 한 권이면 정리의 달인으로 거듭나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글쓴이 배나영

남다른 취재력과 감각있는 필력을 여러 매체에 인정받아 자유기고가와 여행작가로 일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기획자에서 뮤지컬 배우에 이르는 폭넓은 경험을 자양분 삼아 글을 쓴다.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하며 여행과 삶을 아름답게 조화시키는 방법을 궁리 중이다. 블로그 baenadj.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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