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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여행을 떠나요

[여행기] 울산에도 이런 곳이 있었구나

by 미스터 반 2015. 10. 26.


울산공항에 내리니 처제부부가 마중 나와 있었다. 자동차에 다니는 동서가 정년을 앞두고 한 달간 휴가를 받았다고 해서, 아내와 동행하게 되었다. 북쪽 해안을 따라 강동해변, 정자항을 거쳐 주전해변까지 이어지는 드라이브에 나섰다. 특히 아름답다는 주전해변 몽돌밭 위에 쪼그리고 앉아 살그머니 귀를 기울였더니 자글자글, 파도가 몽돌에 감기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파도가 건넨 위로에 몽돌들은 하나같이 동그랗고 반짝반짝 윤이 났다.

마침 점심때가 되었다. 해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자연산 회일 것이다. 두툼하게 씹히는 것을 좋아해서 상추쌈에 싸 먹으니 향긋하고 톡 쏘는 맛이 별미다. 4kg이나 주문하는 바람에 먹고 또 먹어도 남아서 일부는 싸 왔다. 귀한 것은 조금 모자라야 하거늘, 손님 접대는 푸짐해야 한다는 동서의 지론을 어떻게 당하랴.

울기 등대를 거쳐 곧바로 대왕암으로 가는 직선코스가 짧고 편하긴 하지만, 비경은 일산해수욕장을 마주하고 걷는 코스에 있다고 해서 차를 세우고 걷기로 했다. 솔숲과 자갈밭, 바윗길을 쉴 새 없이 넘나들며 암갈색의 대왕암까지 가다 보니, 순간순간 숨이 턱 막히는 풍경이 다가온다. 바람에 떠밀려 순식간에 밀려왔다 사라지는 해무, 은빛모래 반짝이는 해변과 옛날 숭어잡이를 할 때 망을 봤다는 절벽인 수루방, 그리고 벼랑 끝, 날 선 바위에 아슬아슬 매달린 강태공까지, 볼 것이 많았다.



다음날은 울산 시내를 거쳐 태화강변으로 갔다. 시내를 관통해서 울산만으로 흐른다는 태화강 건너편에서 보았을 때 마치 뭉게구름처럼 보이는 대숲 안에 발을 들어놓는 순간, 짙은 대나무 향기가 훅 다가왔다. 10리나 계속되는 숲의 달고 시원한 향기가 아주 오랫동안 진하게 숲에 머물러 있었다. 힐링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울산에 와서 언양불고기를 맛보지 않으면 서운하다며 ‘한우불고기 특구’로 차를 몰았다. 작은 화로에 담긴 질 좋은 숯 위에 초벌구이한 불고기를 석쇠에 얹는 순간, 사방으로 퍼지는 맛있는 냄새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다닥다닥 소리를 내며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 맛은 상상한 그대로다. 달착지근한 양념이 잘 밴 보들보들 연한육질의 고기는 씹을 새도 없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 이곳에서 먹는 소고기는 ‘영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천혜의 자연에서 길러낸 것이라는 주인의 설명을 듣고 그곳을 찾아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한여름에도 냉기가 흐른다는 숲이 우거진 산을 오르면서 바라다보이는 백호바위가 이채롭다.

10여 분 걸려서 도착한 곳은 1,020m, 하늘사랑길을 거쳐 녹산대로 향하면서 만난 화사한 진달래가 손끝에 잡혀서 어린 시절의 뒷산을 회상케 한다. 녹산대에서는 영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해발 1,000m가 넘는 천왕산과 제약산, 백운산, 운문산, 가지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인근의 폭포수에 발을 담그니 온몸으로 한기가 밀려든다.



마지막 날에는 영덕대게를 먹겠다고 일산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해산물 시장을 다시 찾았다. 싱싱하게 살아있는 대게는 다리도 길고 싱싱해서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갓 쪄낸 대게의 양쪽다리 잘라내고 쪽쪽 빨아내니 야들야들한 살이 쏙~ 입안으로 들어와서 바로 녹아내리는 맛이 일품이다. 공항 가는 길에 둘러본 수목원은 잘 가꾼 정원 곳곳에 12지상이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짧지 않은 3일, 자가용 타고 다니면서 잠시 걷고 보고 먹고 마신 것밖에 한 것이 없건만 나태한 일상 탓인지 감기몸살에 걸려 며칠을 고생했다. 내년에는 장거리 해외여행을 구상하고 있는데, 차질이 생길 것 같아 걱정이다. 내일부터라도 좀 더 강도 높은 운동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것이 문제로다.


글 / 사외독자 이종철 님